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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지오 칸타빌레, 나호열

by 키미~ 2010. 12. 13.

* 아다지오 칸타빌레 / 나 호 열 *


 

돌부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자주 넘어졌다

너무 멀리 내다보고 걸으면 안돼

그리고 너무 빨리 내달려서도 안돼

나는 속으로 다짐을 하면서

멀리 내다보지도 않으면서

너무 빨리 달리지도 않았다

어느 날 나의 발이 내려앉고

나의 발이 평발임을 알게 되었을 때

오래 걸을 수 없기에

빨리 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월 앞에서 오래 걸을 수도

빨리 달릴 수도 없는 나는 느리게

느리게 이곳에 당도했던 것이다

이미 꽃이 떨어져 버린 나무 아래서

누군가 열매를 거두어 간 텅 빈 들판 앞에서

이제 나는 내 앞을 빨리 지나가는 음악을 듣는다

느리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인가

아름다운 것들은 느린 걸음을 가진 것인가

느리게 걸어온 까닭에

나는 빨리 지나가는 음악을 만날 수 있었던 것

긴 손과 긴 머리카락을 가진 음악의 눈망울은

왜 또 그렇게 그렁그렁한가

아다지오와 칸타빌레가 만나는 두물머리에서

강물의 악보가 얼마나 단순한가를 생각한다

강물의 음표들을 들어올리는 새들의 비상과

건반 위로 내려앉는 노을의 화음이

모두다 평발임을 깊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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