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봄에
김 정 희
잠들어 있는 아침 강에 나가 겨울이 남긴 눈雪 속을 뒤적여 보면
투명한 얼음 속 투명한 뼈를 가진 버들치가 있다.
들여다보는 건 자유,
물속이 비좁지 않나? 그건 너의 비좁은 생각
투명한 뼈로는 어떠한 색깔도 감당할 수 있다고,
눈 속에선 하얀 색
녹색 물풀 곁에선 연녹색 이파리처럼,
강이 붉은 색으로 변하던 그해 봄에
진저리나는 녹슨 물색으로 변하지 못해 울음소리 강을 후비면
그러면 버들치, 투명한 뼈를 뒤척이며 투명하게 대꾸하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겨울이 아름다웠다고
얼어붙은 강물 속에서 더 고요하게 자유로웠다고
가슴을 찢은 채 달려오는 거대한 봄이 무서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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