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목련
김정희
남쪽에서 태어나 남쪽으로 시집가서 남쪽에만 살던 친정어머니
가르릉 천식기침 전화로 옮길까 귀에서 떼던 싸가지 없는 맏딸이
산목련 꽃대가리 다섯 개 따서 봄 산에 취해서는 펄떡거리다
봉오리 삭을 때 겨우 부쳤네
어머니 그 꽃 보고 생전에 첨 보네, 이래 예쁜 거는 나고 첨 봤네
가르릉가르릉
전화기가 가르릉가르릉
말려서 물 끓여 먹으면 기침이 낫는다고
잊어버린 사용법 생각날 즈음 어머니 먼 길 떠나시고
남은 짐 정리하다 열어 본 냉동실에
너무 이뻐 못 드신 다섯 개 꽃봉오리.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평선이라는 직선, 송재학 (0) | 2012.01.04 |
---|---|
미루나무 연가, 고재종 (0) | 2012.01.02 |
별 만드는 나무들, 이상국 (0) | 2012.01.02 |
흔들릴 때마다 한 잔, 감태준 (0) | 2012.01.02 |
그늘들의 초상, 최호빈 (0) | 2012.01.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