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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나무 연가, 고재종

by 키미~ 2012. 1. 2.

 

 

미루나무 연가

 

  고재종(1957~ )

 

 

저 미루나무

바람에 물살쳐선

난 어쩌나,

앞들에선 치자꽃 향기.

저 이파리 이파리들

햇빛에 은구슬 튀겨선

난 무슨 말 하나,

뒷산에선 꾀꼬리 소리.

저 은구슬만큼 많은

속엣말 하나 못 꺼내고

저 설렘으로만

온통 설레며

난 차마 어쩌나

강물 위엔 은어 떼 빛,

차라리 저기 저렇게

흰 구름은 감아돌고

미루나무는 제 키를

더욱 높이고 마는데,

너는 다만

긴 머리칼 날리고

나는 다만

눈부셔 고개 숙이니,

솔봉이여 혀짤배기여

바람은 어쩌려고

햇빛은 또 어쩌려고

무장 무량한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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