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나무 연가
고재종(1957~ )
저 미루나무
바람에 물살쳐선
난 어쩌나,
앞들에선 치자꽃 향기.
저 이파리 이파리들
햇빛에 은구슬 튀겨선
난 무슨 말 하나,
뒷산에선 꾀꼬리 소리.
저 은구슬만큼 많은
속엣말 하나 못 꺼내고
저 설렘으로만
온통 설레며
난 차마 어쩌나
강물 위엔 은어 떼 빛,
차라리 저기 저렇게
흰 구름은 감아돌고
미루나무는 제 키를
더욱 높이고 마는데,
너는 다만
긴 머리칼 날리고
나는 다만
눈부셔 고개 숙이니,
솔봉이여 혀짤배기여
바람은 어쩌려고
햇빛은 또 어쩌려고
무장 무량한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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