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unflower
  • sunflower

수평선이라는 직선, 송재학

by 키미~ 2012. 1. 4.

 

 

수평선이라는 직선

 

   송재학

 

 

 

   수평선의 직선은 표정이 좋다 곧장 아침에 일어나서 지평선 시렁 위에 반듯이 개어 쌍 희(囍)자가 보이도록 올렸더니 구름처럼 가볍다 그렇다면 수평선 위에 속셈이 깊은 다락도 있겠군 지난여름에 보아 둔 물웅덩이를 시계와 함께 다락에 옮겼다 어김없이 점심 무렵 여우비가 흩날렸다 수평선의 직선이 구불구불해졌다 수평선 위로 속이 훤히 보이는 시베리아행 기차가 오래 정차해서 눈이 부셨다 수평선이 멀어 이별의 모서리는 생략되었지만 직선이 파르르 떨린다 옛 책의 바스러지는 일몰이 번지기까지 직선은 짐짓 침묵이다

 

 

 

                             —《시와시학》2011년 겨울호

                                《황해문화》2011년 겨울호

 

-----------------

송재학 / 1955년 경북 영천 출생. 1986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얼음시집』『살레시오네 집』『푸른빛과 싸우다』『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기억들』『진흙 얼굴』『내간체를 얻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 편의 시를 베껴 쓰는 의미, 강인한  (0) 2012.01.17
재봉, 김종철  (0) 2012.01.13
미루나무 연가, 고재종  (0) 2012.01.02
산목련  (0) 2012.01.02
별 만드는 나무들, 이상국  (0) 2012.01.0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