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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편의 시를 베껴 쓰는 의미, 강인한

by 키미~ 2012. 1. 17.

천 편의 시를 베껴 쓰는 의미




   며칠 전 이 카페의 [좋은 시 읽기]에 천 편의 시를 올렸습니다. 여기까지 오는데 카페를 시작하고 5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제 막 시를 쓰기 시작한 분들이라면 읽어보십시오. 시를 쓰기 시작하여 몇 해가 지났으나 정지용, 이용악, 백석, 김관식, 김종삼, 구자운, 전봉건 시인들의 이름이 낯선 분들이라면 더욱 새겨서 읽어보십시오. 시는 단순한 넋두리나 혼자만의 도취에서 우러난 것이라고 잘못 아는 이들도 읽어보십시오.

   제대로 된 시, 올바른 시를 어떻게 쓸 것인가. 이 문제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풀기 어려운 문제는 결코 아닙니다. 끈기와 열정을 가지고 과거의 낡은 버릇을 과감하게 팽개쳐버리고 다시 시작하는 각오가 있으면 됩니다.

   이 카페의 [좋은 시 읽기]에 올린 시들을 손으로 노트에 모두 필사해 보십시오. 평생 몸 바쳐 시를 쓰고야 말리라는 결심을 하고 있다면 두려워 마십시오 [좋은 시 읽기]의 시들 맨 아래의 1번 시인들부터 100번의 시인들까지는 5편씩의 대표작을 다른 데서 찾아서라도 노트에 쓰십시오. 그리고 101번부터 300번까지 시인들 작품은 3편씩 찾아서 쓰십시오. 그 이후부터는 그냥 [좋은 시 읽기]의 시들을 필사하십시오.
   하루에 5편 내지 10편을 필사할 경우, 1년이면 그 훈련이 대충 끝나게 될 것입니다. 늦어도 2년이면 그 습작 훈련이 끝나게 될 것입니다. 이만한 노력 없이 올바른 시의 길을 찾는다는 것은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찾으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왜 시를 손으로 필사해야 하느냐고 의심합니까? 그 필사하는 과정 안에 시의 비밀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필사하면서 집중하여 생각을 하면 그 시의 심상, 그 이미지를 쓰게 된 시인의 남모를 동기, 행을 바꾼 의도, 시 속의 소리 없이 숨쉬는 운율 등이 은근히 내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읽고 지나쳐버리고 만다면 그 중요한 것들의 눈짓을 알지 못합니다. 또한 시를 쓰는 방법도 자연 그렇게 터득되는 것입니다. 어떠한 이론적 습득보다 이 방법이 가장 확실합니다.
   그리고 순서를 좇아 쓰게 되면 아마 여러분은 우리나라 현대시의 역사를 스스로 깨치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비평/에세이]의 글들을 맨 아랫것부터 차례로 출력하여 최근의 것까지 하루에 두 꼭지씩 정독을 해 보십시오.

   1,200 편의 시를 필사한다고 칩시다. 시집 겨우 20 권에 지나지 않는 분량입니다. 하루에 5 편씩 필사한대도 240일이면 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겁내지 마십시오. 아무런 대책 없이, 좋은 시, 제대로 된 시가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 자기 혼자만의 시 쓰기에 골몰하고 자아도취에 빠져 허송하는 세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렇게 필사를 하고 다 하고 나면 그 때 비로소 시의 참맛과 시의 바른 길을 알게 될 것입니다.

 

                                                  *

   이 과정을 마친 분은 시 이외의 교양 서적을 섭렵하는 게 좋습니다. 문학, 철학, 신화, 미술, 음악, 역사 등 교양의 축적이 폭넓은 시적 자산이 될 것입니다.

   망설이지 마십시오. 지금 바로 시작하십시오. 좋은 시 속에 좋은 시를 쓰는 왕도(王道)가 있습니다.

 

 


 

      2007년 11월 5일

 

       강 인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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