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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얼중얼

다문화센터에서 한글 가르치기

by 키미~ 2013. 1. 7.

금요일 오후 2시 / 김 마리아 (한국어 지도사)


금요일 오후 2시는 판부면 단구동 성바오로 다문화센터에서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시집 온 이민자여성들을 만나는 날이다. 나에겐 일주일에 한번 있는 수업이지만 그들은 일주일 동안 센터에 와서 한국어와 함께 컴퓨터와 요리도 배우는 알찬 시간들이다.

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처음으로 마주치는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언어다. 집에서 식구들과 이야기 하는 것은 물론, 아기가 생기면 더욱 벅찬 일이 된다. 아기에게 베트남어로, 캄보디아어로, 네팔어로, 필리핀어로 이야기하고, 남편과는 어설픈 한국어로, 또 그들의 나라에서 와서 친구가 된 사람들과는 모국어로 이야기한다. 그러다보니 뒤죽박죽 헝클어진다.

한국어는 쉽다고들 한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이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 사람들도 때때로 문법에 맞게, 어순에 맞게 구사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를 보면 한국 사람조차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아서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 하물며 외국 사람들이야.

우리나라에 시집 온 외국여성들 대부분 그들의 나라에서 한국어교육을 받고 온 경우는 드물다. 그러다보니 한글을 가르친다는 것이 가끔 막막할 때도 있다.

네팔이나 필리핀에서 온 여성들은 영어가 능숙하다. 그들에게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그러나 캄보디아나, 키르키스탄,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여성들은 영어는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생소하다. 그러나 놀랍게도 한국어 발음이 참으로 정확하다. 한국어의 장점은 소리 하나에 음절이 하나이기 때문에 그들의 나라처럼 부르는 이름이 세 글자일 경우, 쓸 때 길게 쓰는 언어와는 다르다. 그래서 기초를 잘 잡아주면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다.

키르키스탄에서 온 치백은 한국어를 조금 배우고 온 경우인데 이해가 무척 빨라서 지금은 중급반에 있지만 곧 고급반으로 가야 할 것 같고, 네팔에서 온 강가데이비는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대상을 거머쥔 실력파다. 웃으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그녀는 너무 사랑스럽다. 한국에 온 지 5년이 되었지만 한국어를 배우러 나온 것은 2년도 채 안되었다. 로지나는 한국에 온 지 1년 남짓인데, 세련된 외모와 함께 능숙하게 한국어를 구사한다. 캄보디아에서 1년 전에 온 반슬레안은 너무나 성실해서 한 번도 결석한 적이 없다. 그녀는 선생님, 이거 저 몰라요. 무슨 말이에요. 하고 곧잘 질문한다. 호앙은 아이가 둘인데, 한국생활이 제법 능숙하다. 그러나 아이들이 자라서 질문이 많아지자 어려움을 많이 느끼는 모양이다. 베트남에서 온 유이는 성실하고, 한국어를 참 잘한다.

그들은 모두 나의 스승이다. 누군들 자기 나라를 놔두고 남의 나라에서 살고 싶을까. 우리는 때로 조국의 고마움을 잊어버리곤 한다. 내가 그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그들이 나를 일깨운다.

오늘은 눈이 오는 금요일, 그들을 만나러 간다. 마음이 벅차다.

 

*성바오로다문화가정센터 2012년 12월 소식지(제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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