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다
김정희
꿀벌이 무슨 작정으로 바닷가 모래 위에 앉았다가
맨발로 걷던 발에 밟히다.
평생을,
꽃만 먹더니 모래에도 꿀이 있었나.
발바닥에 꿀 독침 한번 쏘고 파도 속으로 스러지네.
독의 대가는 발바닥에 똬리를 틀고,
꿀벌이 어찌 알랴?
세상에 아픔보다 참지 못하는 것이 간지러운 것임을,
세상에서 미치도록 시원한 일이 근지러운 발바닥 피 나도록 긁는다는 것을.
한밤중 일어나 발바닥을 움켜쥐고 진저리칠 때,
구약의 욥*이 생각나 어둠을 바라보네.
그 향함이 긁는 것보다 시원하였나?
그 신심이 진물 흐르는 몸보다 더 소중하였나?
하여, 그 마음 밭에 가득 담긴 환함이 마침내 시험을 이겼나.
*욥 - 구약성서의 <욥기>의 주인공으로 하느님이 그의 신앙심을 시험하고자 가족과 재산, 건강을 모두 잃게 하였으나 끝까지 그의 신앙을 지켜 건강도 회복하고 가족과 재산도 다시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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