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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다

by 키미~ 2013. 6. 26.

긁다


                             김정희



꿀벌이 무슨 작정으로 바닷가 모래 위에 앉았다가

맨발로 걷던 발에 밟히다.

평생을,

꽃만 먹더니 모래에도 꿀이 있었나.

발바닥에 꿀 독침 한번 쏘고 파도 속으로 스러지네.

독의 대가는 발바닥에 똬리를 틀고,

꿀벌이 어찌 알랴?

세상에 아픔보다 참지 못하는 것이 간지러운 것임을,

세상에서 미치도록 시원한 일이 근지러운 발바닥 피 나도록 긁는다는 것을.

한밤중 일어나 발바닥을 움켜쥐고 진저리칠 때,

구약의 욥*이 생각나 어둠을 바라보네.


그 향함이 긁는 것보다 시원하였나?

그 신심이 진물 흐르는 몸보다 더 소중하였나?

하여, 그 마음 밭에 가득 담긴 환함이 마침내 시험을 이겼나.







*욥 - 구약성서의 <욥기>의 주인공으로 하느님이 그의 신앙심을 시험하고자 가족과 재산, 건강을 모두 잃게 하였으나 끝까지 그의 신앙을 지켜 건강도 회복하고 가족과 재산도 다시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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