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사상' 4월호 올해 당선작 분석
"신춘문예 소설에 당선되려면 단문으로 서론에 흡입력 있는 묘사를 배치하고, 잘 짜여진 천칭의 구조를 활용하라. 그러면 최소한 본심에 올라 심사위원들이 격려해 주는 작품 목록에 등극할 수 있다."
문학평론가 오창은은 '문학사상' 4월호에 기고한 '2006년 신춘문예 당선작 집중분석-소설부문'에서 '신춘문예에 통용되는 특별한 규칙'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몇 년 사이에 2,3개 신춘문예를 동시에 석권하는 신인 등단자가 늘고 있다"며 "이처럼 동시 당선 사례가 빈번한 이유는 신춘문예를 통과하는데 어떤 공식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올해 중앙일간지에 당선된 작품을 분석한 결과 '단문' '천칭' '전문화'라는 세 가지 법칙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1970년 황석영의 조선일보 당선작 '탑'이나 1975년 현기영의 동아일보 당선작 '아버지'의 첫 문장은 22-39자 정도인 것에 비해 최근 당선작들은 7-16자 정도의 단문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단문이 첫 문장부터 심사위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고 분석했다.
첫 문장을 단문으로 시작하는 것과 더불어 정형화돼 있는 또다른 법칙은 서두를 인상적으로 묘사한 뒤 결론 부분에서 이를 다시 강조함으로써 무게중심을 양쪽 끝에 둔 천칭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 필자는 최근 당선작들이 이처럼 구조적 안정성을 추구하다보니 '예견된 결론'에 이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필자는 몇해전까지만 해도 신춘문예 당선작 소설의 상당수가 '불행한 가족사'를 소재로 채택한 경향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가족의 부양 의무에서 자유로운 '전문직업군'이 자주 등장한다고 분석했다.
경향신문 당선작인 유민의 '베드'에는 마사지숍의 전문 트레이너가 등장하고, 세계일보 당선작인 이준희의 '여자의 계단'에는 캐릭터 디자이너가 나온다. 전문직업군이 등장하니 피팅룸, 임페리얼 아로마 마사지 등 낯선 외래어들이 자주 등장하고 이런 전문 어휘의 사용은 '쉽게 쓴 소설이 아니다'는 것을 과시한다고 필자는 지적했다.
결론에 이르러 필자는 "최근 신춘문예 당선소설들은 완제품적 안정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이는 등용문을 통과하려는 예비작가들에게 패턴 학습을 구조적으로 강요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공식화 경향에서 벗어나 창조적 균열을 가한 작품으로 중앙일보 당선작인 윤이형(당시 필명 지하)의 '검은 불가사리'를 꼽았다.
문학평론가 이성천은 같은 잡지에서 올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의 경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전 시대의 작품에 비해 산문성이 농후하고, 당선자들의 연령이 과거에 비해 매우 높아진 것을 주요 특징으로 꼽았다.
한편 '문학사상' 4월호는 올해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자인 박찬순의 신작소설 '손가락 철학자'를 비롯해 윤이형의 신작소설 '절규', 이윤설의 신작시 '마부 탄생'을 게재했다.
'현대문학' 4월호도 올해 신춘문예 당선자들의 소설과 시를 특집으로 꾸며 대거소개해 눈길을 끈다. 유민 박상 이민우 김이설 이준희 박찬순 윤이형 김애현의 소설과 양해기 곽은영 최명란 이윤설 김원경 김두안의 시가 실려 있다.
(연합뉴스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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