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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희 컬렉션 5권, 문학과 지성사(펌)

by 키미~ 2017. 12. 20.
“등단 50년… 글로 인해 괴롭고 행복하고 고마운 세월이었다”
 
글쓰기 반세기 기념 ‘컬렉션 5권 ’ 펴낸 오정희 소설가

“최선 다해 쓰던 20,30代의 모습 
그대로 남겨두려 오·탈자만 고쳐 
편집·표지 디자인 예뻐져 감사”


“세로쓰기가 가로쓰기로 바뀔 만큼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 이렇게 제 작품을 예쁘게 다시 펴내게 돼 감사할 따름입니다.”

한국 여성문학의 원류로 꼽히는 오정희(70·사진) 소설가의 작품이 ‘오정희 컬렉션’(문학과지성사)으로 출간됐다. 첫 소설집 ‘불의 강’(1977), 단편 대표작 ‘유년의 뜰’(1981), 인간 삶의 굴레를 보여준 ‘바람의 넋’(1986), 동서문학상을 수상한 소설집 ‘불꽃놀이’(1995), 첫 번째 장편소설 ‘새’(1996) 등 5권이다.

1947년에 태어난 오정희 작가는 21세이던 196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완구점 여인’이 당선되며 등단했다. 이후 50년간 강렬한 이미지와 상징의 언어, 시적인 문체, 치밀한 구성력을 바탕으로 근원적인 불안에 휩싸인 존재의 내면을 탐구해왔다. 특히 1980년대 산업화를 거치며 한국 사회에 깊게 뿌리 내린 가부장적 질서 안에서 여성의 삶과 정체성을 형상화하는 작업으로 한국의 여성문학을 이끌었다. ‘작가들의 작가’ ‘단편 미학의 정점’으로 불릴 만큼 뛰어난 문체와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1979년 ‘저녁의 게임’으로 이상문학상, 1982년 ‘동경’으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했고, 2003년에는 독일어로 번역 출간된 장편소설 ‘새’로 독일 리베라투르상을 받기도 했다. 이는 해외에서 한국 작가가 문학상을 받은 최초의 사례로 남아 있다. 

오 작가는 “20∼30대에 쓴 소설을 70대인 지금 보니까 걸리는 것도 있었지만 최선을 다했던 그때의 나를 그대로 남겨두고 싶어 오·탈자만 바로 잡았다”면서 “활자가 선명해지고 편집 및 표지 디자인이 좋아져서 매우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작가는 지금도 변함없이 강원 춘천에서 전원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1978년 남편 박용수 강원대 명예교수를 따라 이주해온 지 벌써 40년 가까이 됐다. 내년에는 등단 50주년이기도 하다. 작가로서의 삶을 되돌아볼 시기다. 

오 작가는 “이번 컬렉션 작업을 하면서 작가는 역시 작가로서 살아있어야 한다는 결의를 새삼 다지게 됐다”며 “앞으로 새해엔 자기 검열을 이겨내지 못해서 쓰다가 중단했던 몇몇 작품들을 마무리해서 펴내고 싶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신경 쓰고 있는 작품은 2004년 ‘문학과 사회’에 연재한 바 있는 장편 ‘목련꽃 피는 날’이다. 이 작품은 추억 속의 인천을 찾아가는 한 여성작가가 주인공이다. 오 작가의 자전적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오 작가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인 듯 그 소설들을 쓰던 당시의 주변 정경, 한 문장 한 문장을 마음을 다해 써나갈 때의 정황, 즉 생생히 살아나는 나의 모습과 책을 낼 때마다 후기라는 형식을 빌려 토로한 도저한 결의와 문학에의 열정, 안타까움에 쓸쓸해지기도 하고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글을 쓰면서, 글을 읽고 생각하면서, 글로 인해 괴로워하면서 행복하고 고마운 인생이고 세월이었다”고 덧붙였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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