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미
김 정희
늦은 여름 아침 마당 어슬렁이다
추녀 끝에 늘어진 수세미를 따서
평상에 널어놓고 햇빛에 말리는데
거죽이 거무죽죽 문드러지면
거미줄 속에 것 설거지 모질다네.
칠십 년 묵은 거죽 쓸 데도 없어
간밤의 못다 한 꿈 설거지나 할까 하고
수세미 베고 하늘 마주 누웠더니
내 꿈 밭 쟁기질 하던 늙은 황소가
수세미 우적 씹으며 히죽 웃더라.
칠십 되신 친정 어머니 말씀이 늘, 이제 쓸 데도 없이 늙었다고 하셔서..
여름 내도록 늘어진 수세미 보다가 문득 써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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