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소막 성당
김 정 희
백 년 된 느티나무가 서 있는 용소막 성당에,
백 년 지난 가을이 찾아 왔으니,
그 가을 벗어 놓은 옷 무게가 백 년 된 마당에 가득하구나.
그니 어렸을 적부터 거닐던 마당 한켠엔
소망을 가득 담은 기도하는 소녀.
그 소녀 이제 백 살이 넘었을 터,
주름 없는 얼굴에는 미소가 환하고.
두 손 모우고 바라보는 모습이 아직도 간절하구나.
백 년이 지나도 기원해야 하는 소망이 있는 겐 지,
소녀의 시린 눈빛이 이리도 애절한 것인지,
하염없는 기도에 나 조차도 눈물 나느니,
발길에 채이는 백 년 세월을 뒤에 두고,
어깨에 짊어 진 백 년 된 십자가
용소막 가을마당에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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