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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장

by 키미~ 2009. 11. 7.

 

 

김 장


                  김정희




배추가 싸다고 옆집 달래네는 갈아엎었다.

오빠랑 나는 배추 아까워 밭머리를 오락가락 촐싹대었다.

달래 아버지가 우릴 보더니 마음대로 가져가란다.

세발이 리어카에 스무 포기 싣고 오며 팔이 다 빠졌다.


우리 집에도 김장 한다.

소금에 절이고, 무 채 썰고,

고춧가루 팍팍 넣어서

빨간 다라에 엄마가 두 손으로 힘껏 휘젓는다.


축 늘어진 배춧잎을 들추어서

속속들이 양념 넣고, 초록색 겉치마를 펼치고 덮어,

할머니 집에서 가져 온 뚱뚱한 장독 가득 김치가 시집간다.


연탄 있고, 김장 했고, 부자가 눈 아래로 보이네.

팔뚝에 고춧가루 씻지도 않고 아랫목에 발 집어넣으며

우리 엄마 웃으신다.

오빠랑 나도 웃는다.

사진 속의 아버지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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