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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로 (寒 露)

by 키미~ 2009. 10. 24.

 

 

 

한 로 (寒 露)


                              김정희




윗마을의 항우장사 최순덕 여사,

사시사철 빨강 내복 하나로 굳건히 견디며,

이 집 일 저 집 일 마다 않고, 수시로 돈 벌어 밭을 사서는

이천 평 너른 밭에 고추를 심었다네.

하나 일군 자식은 늙다리 팔삭 동이, 마음 하나는 최고인데 초상집에서도 웃는 놈이라,

쌔빠지게 모은 돈 이천 만원에 합의 본, 손녀 같은 베트남 며느리를 열심히 가르친다.

이년아, 하모니가 아니고, 시어미다.

하루에도 열 두 번씩 고추 말리는 하우스 안에서,

하마나 점심 먹어라 부를까 싶어, 빨강 고추 속에서 기다려 보문,

하우스 문 열고는 코를 감싸 쥐고,

하무니, 하무니, 전신! 전신! 하네.

빨강 고추 말리던 빨강 내복 최순덕 여사,

한쪽 콧구멍 막고 핑! 코 풀고는 천천히 육중한 빨강 몸 일으켜 장하게 나오신다.

지랄헌다. 하모니가 아니고 시어미다 이년아.

고추보다 더 빨갛게 잘 익어 나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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