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삶
김정희
죽은 이들이 머문다는 그 곳
죽어서 간다는 그 곳.
잘 있으니 걱정마라 누가 전화 한 통 해 주었으면 좋겠다.
남겨진 이들이 슬프디 슬프게 통곡할 때,
아무 탈 없이 지내고 있으니 잘 있다가 나중에 만나자,
소식 딱 한 번만 전해 주면 참말로 좋겠다.
부엌에도, 마당에도, 화분에도,
시집 올 때 가져 온 장롱에게도, 화장대에도,
인사 못하고 떠난 친구의 아내야.
홀로 방 한 구석에서 심장이 굳어져 떠난 꽃다운 남의 아내야.
천사와 산다고 맨날 자랑하더니,
짓무른 눈으로 산 자들을 맞이하는 저 남편을 보아라.
꽃 핀다고, 단풍 든다고, 눈이 또 온다고,
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는 저 어린 딸들을 보아라.
앞세운 딸의 남은 생을 모질게 사는 기구한 어미를 영혼이 있다면 보아라.
친구가 아내를 잃었다.
친구가 이십 오년 함께 살던 꽃처럼 어여쁜 아내를 잃었다.
그 날.
우리는 친구도 잃었다.
진우야.
힘 내라. 더 할 말이 없어 너무 애닲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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