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로 (寒 露)
김정희
윗마을의 항우장사 최순덕 여사,
사시사철 빨강 내복 하나로 굳건히 견디며,
이 집 일 저 집 일 마다 않고, 수시로 돈 벌어 밭을 사서는
이천 평 너른 밭에 고추를 심었다네.
하나 일군 자식은 늙다리 팔삭 동이, 마음 하나는 최고인데 초상집에서도 웃는 놈이라,
쌔빠지게 모은 돈 이천 만원에 합의 본, 손녀 같은 베트남 며느리를 열심히 가르친다.
이년아, 하모니가 아니고, 시어미다.
하루에도 열 두 번씩 고추 말리는 하우스 안에서,
하마나 점심 먹어라 부를까 싶어, 빨강 고추 속에서 기다려 보문,
하우스 문 열고는 코를 감싸 쥐고,
하무니, 하무니, 전신! 전신! 하네.
빨강 고추 말리던 빨강 내복 최순덕 여사,
한쪽 콧구멍 막고 핑! 코 풀고는 천천히 육중한 빨강 몸 일으켜 장하게 나오신다.
지랄헌다. 하모니가 아니고 시어미다 이년아.
고추보다 더 빨갛게 잘 익어 나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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