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unflower
  • sunflower

남겨진 삶 (진우의 아내를 보내면서)

by 키미~ 2009. 10. 21.

 

 

남겨진 삶


                    김정희


죽은 이들이 머문다는 그 곳

죽어서 간다는 그 곳.

잘 있으니 걱정마라 누가 전화 한 통 해 주었으면 좋겠다.

남겨진 이들이 슬프디 슬프게 통곡할 때,

아무 탈 없이 지내고 있으니 잘 있다가 나중에 만나자,

소식 딱 한 번만 전해 주면 참말로 좋겠다.

부엌에도, 마당에도, 화분에도,

시집 올 때 가져 온 장롱에게도, 화장대에도,

인사 못하고 떠난 친구의 아내야.

홀로 방 한 구석에서 심장이 굳어져 떠난 꽃다운 남의 아내야.

천사와 산다고 맨날 자랑하더니,

짓무른 눈으로 산 자들을 맞이하는 저 남편을 보아라.

꽃 핀다고, 단풍 든다고, 눈이 또 온다고,

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는 저 어린 딸들을 보아라.

앞세운 딸의 남은 생을 모질게 사는 기구한 어미를 영혼이 있다면 보아라.

친구가 아내를 잃었다.

친구가 이십 오년 함께 살던 꽃처럼 어여쁜 아내를 잃었다.

그 날.

우리는 친구도 잃었다.



 

 

진우야.

힘 내라. 더 할 말이 없어 너무 애닲구나.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 안 (慰 安)  (0) 2009.11.03
한 로 (寒 露)  (0) 2009.10.24
고래의 꿈  (0) 2009.10.16
아기와 강아지  (0) 2009.10.16
아버지의 나라   (0) 2009.10.1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