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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리 (別 離)-경주 남산, 정일근

by 키미~ 2009. 12. 27.

 

別 離

   -경주 남산

 

                               정 일 근

 

  우리 이승의 사랑  끝나고 그대는 죽어 복사꽃 나무가 되리라 나는

죽어 한 마리 은어가 되리라

  사랑이여 천년이 지난 봄날 먼, 먼 어느 봄날 그대 온몸에 복사꽃등

불 밝힐 때

  나는 몸속 수박향 숨기고 소월천 거슬러 오십천 따라 올라가다 강

물에 어루숭어루숭 잠긴 그대의 꽃그늘 그냥 지나치지는 못하리라

  나를 휘감는 연분홍 비단 같은 슬픔에 까닭도 모르 채 펑펑 울며 거

기 멈추어 서있을 것이니

  사랑이여 그대 또한 그러하리라

  꽃그늘에 울고 있는 한 마리 어린 은어를 보며 꼭 한 번 어디선가 눈

맞춘 것 같은 작은 물고기의 눈물을 보며

  무엇인가 아뜩하여 경계 없는 슬픔에 그대가 피운 가장 아름다운 꽃

분홍 꽃잎 몇 장 손수건으로 하늑하늑 날려줄 것이니

  사랑이여 사랑했으니 진실로 그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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