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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얼중얼

사월에 걸려온 전화

by 키미~ 2010. 3. 24.

 

 

 

 

 

 

  

 사월에 걸려온 전화

 

 

                                        정 일근

 

 

사춘기 시절 등교길에서 만나 서로 얼굴 붉히던 고 계집애

예년에 비해 일찍 벚꽃이 피었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일찍 핀 벚꽃처럼 저도 일찍 혼자가 되어

우리가 좋아했던 나이쯤 되는 아들아이와 살고 있는,

아내앞에서도 내 팔짱을 끼며

우리는 친구지, 사랑은 없고 우정만 남은 친구지,

깔깔 웃던 여자 친구가 꽃이 좋으니

한 번 다녀가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한때의 화끈거리던 낯 붉힘은 말갛게 지워지고

첫사랑의 두근거리던 시간도 사라지고

그녀나 나나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 생각했는데

우리 생에 사월 꽃잔치 몇 번이나 남았을까 헤아려보다

자꾸만 눈물이 났습니다.

 

그 눈물 감추려고 괜히 바쁘다며 꽃은 질 때가 아름다우니

그때 가겠다, 말했지만

친구는 너 울지, 너 울지 하면서 놀리다

저도 울고 말았습니다.

 

 

 

사랑은 없고, 우정만 남은 친구가 몇이나 되나 헤아려 보는 봄날입니다.

해마다 사월이 오면, 이 시를 읽으며 꽃잔치 몇 번이나 남았을까 저도 헤아려보다 눈물납니다.

세월은 가고,

사랑도 가고,

그저 무기력한 일상을 붙들고 무심하게 지내고 있는,

눈물나는,

봄날입니다.

 

치악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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