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구경
김정희
해마다 사월이 오면,
철없는 벚꽃이 피기도 전에
들판에 검정 고랑 만들던 노인네들
새벽부터 마을회관 앞마당에 모여서 꽃놀이 간다고 성화댑니다.
오래된 관광버스 대절해놓고,
오래된 허리 얼버무리며,
읍내 장에서 산 오천 원짜리 가방 옆에다 차고
입술엔 사흘 동안 지워지지 않는다는 그 유명한 양키시장 빨강 립스틱.
운전기사 양반 옆자리에 낭창하게 앉아서
요란 떨며 껌 씹던 덜 늙은 안내원이,
할머니, 효도신발이 편하기는 합니까요?
그 소리에 소스라친 말순 여사
지나 내나 비슷한 또래구만은, 빨강 입술 비죽거리고.
지는 안 늙나? 분녀 할머니 새초 롬이 눈 흘기는.
시절은 수상한 봄이요.
꽃바람 콧구멍에 온종일 불어대는 사월이 오면,
인생의 꽃 진지 오래 된 노인네들이
행여나 올해가 끝일까 하여,
오래토록 단장하고 꽃구경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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