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설(春雪)
김 정 희
반나절을 못 넘기고 사그라진 봄 눈(雪)을 본다.
한 생(生)도 이러할 터.
얄팍한 선을 그어놓고, 언제나 견주었다.
펄펄 끓던 피로 욕심을 내기하고,
품은 칼날로 후려치며, 살아남을 것이라 자신했다.
그러나 늦은 봄날, 온 종일 퍼붓던 저 눈발.
어깨를 곧추 세우고, 거들먹거리며, 힘으로 봄을 몰아치던 저 폭설을 보라.
남은 생을 위해 울부짖지만, 단 하루도 넘기지 못하는 저 외로운 사투를 보라.
너보다 나을 것 없는 이 짧은 생에서,
달려갈 때엔 미처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그 때엔 알 수 없었던 그리도 안타까운 것들을,
이른 봄날, 너의 자취 남은 무덤가에 앉아서,
짓무른 눈물을 기억하리니.
찰나에 사라진 펄럭이던 날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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