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
김 정 희
햇살이 장독 불룩한 궁둥이를
한 뼘씩 손 내밀어 슬슬 만지고,
겨우내 눈 사는 마을에 살림 차린 바람이,
꽃무늬 비단 한 필 던져주며, 토라진 심사를 달구어 줘도,
외로 꼰 고개 돌릴까말까요.
꾸물거리는 쥐(子)날은 틀렸고,
눈이 오는 범(寅)날도 글렀고,
말(馬)날에 담아야 달싹한 장맛이 제대로지.
추녀 끝 메주 찔러보는 날 궂은 뱀(巳)날.
장독대 모퉁이에 개구리 한 마리 오도카니 앉아
봄이라더니,
봄이라더니,
칭얼대고 울어쌓는,
진눈깨비 퍼붓는
봄 첫 자락.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춘설(春雪) (0) | 2010.03.24 |
---|---|
봄 방학 (0) | 2010.03.23 |
우 수(雨 水) (0) | 2010.02.16 |
Sea Fever, John Masefield(바다에의 열병) (0) | 2010.02.10 |
Re:노루귀(수정) (0) | 2010.02.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