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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

by 키미~ 2010. 3. 12.


경칩


                        김 정 희



햇살이 장독 불룩한 궁둥이를

한 뼘씩 손 내밀어 슬슬 만지고,

겨우내 눈 사는 마을에 살림 차린 바람이,

꽃무늬 비단 한 필 던져주며, 토라진 심사를 달구어 줘도,

외로 꼰 고개 돌릴까말까요.

꾸물거리는 쥐(子)날은 틀렸고,

눈이 오는 범(寅)날도 글렀고,

말(馬)날에 담아야 달싹한 장맛이 제대로지.

추녀 끝 메주 찔러보는 날 궂은 뱀(巳)날.

장독대 모퉁이에 개구리 한 마리 오도카니 앉아

봄이라더니, 

봄이라더니,

칭얼대고 울어쌓는,

진눈깨비 퍼붓는

봄 첫 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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