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unflower
  • sunflower

우 수(雨 水)

by 키미~ 2010. 2. 16.

 

 

우 수(雨 水)



                              김 정 희



사흘 밤낮 내린 눈(雪)이 죽령에 자리 잡고,

소백산 절 마당엔 노루가 내려왔다.

눈이야 봄이 오면 떠난다지만,

동자승 푸성귀에 마음 들인 노루는 절집이 지 집인 양 눌러 앉았다.

대처에 두고 온 연못을 못 비우고,

새벽 예불 시간이면 조불 졸던 공양주보살,

고드름 햇살에 녹진한 봉당에 앉아,

동자승과 노루가 망울진 산수유 헤집는 꼴을 보더니,

산속의 봄은 삭신이 쑤신다고, 절집에 꽃 피면 눈물바람 난다고,

남은 세월 구겨 넣은 바랑을 집어 들고는,

눈꽃이 사태 난 죽령고개 바라보며 일주문 기둥에 한참을 서 있더라.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 방학  (0) 2010.03.23
경칩  (0) 2010.03.12
Sea Fever, John Masefield(바다에의 열병)  (0) 2010.02.10
Re:노루귀(수정)  (0) 2010.02.06
노루귀  (0) 2010.02.0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