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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귀

by 키미~ 2010. 2. 4.

 

 노루귀


                       김 정 희



 솜 털 송송한 긴 다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쌓인 눈 사이로 살며시 고개 들었구나.

 노루귀야

 노루귀야.

 봄은 언제쯤 올거나

 

 햇살처럼 투명한 꽃잎에

 나풀나풀 봄눈이 나비처럼 나부끼면

 행여나 얼어버릴까

 노루귀

 놀라서 숨어버리네

 

 이월도 늦은 날

 눈 녹은 개울가

 바람 살랑살랑

 노루귀 귓가에 속삭입니다.

 

 노루귀야

 노루귀야

 봄이 왔단다,

 뾰족한 노루귀 곧추 세우고

 숲의 꽃들을 불러 오너라.

 숲의 새들을 불러 오너라.

 얼어붙은 나무마다 문을 두드려

 겨울 가득한 빈 숲으로

 연분홍 부풀은 봄

 불러 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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