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 날, 아침
김 정 희
개구리, 어디에 봄 오냐고 칭얼대며 울어쌓는 경칩 날, 아침.
눈 사는 마을에서 겨우내 빈둥거리던 바람이,
장독 불룩한 궁둥이를 한 뼘씩 슬금슬금 만지며,
꽃무늬 비단 한 필 던져준다고,
아랫목에 발 넣고 주둥이 빼문 며느리,
외로 꼰 고개, 삐죽거리며 풀어질까말까요.
꾸물거리는 쥐날은 틀렸고,
눈 뿌리는 범날도 글렀고,
말날에 담아야 달싹한 장맛이 제대로지.
굵은 소금 풀어 채에 받치고, 몸 씻은 장독 이리저리 옮기며,
추녀 끝 메주 찔러보는, 마음 궂은 시어머니.
까맣게 물들인 뽀글 머리위에, 주책없이 진눈깨비 퍼붓는 경칩 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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