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눈물
배한봉
둥근 것들은
눈물이 많다, 눈물왕국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칼로 수박을 쪼개다 수박의 눈물을 만난다
어제는 혀에 닿는 과육 맛에만 취해
수밀도를 먹으면서 몰랐지
사과 배 포도알까지 둥근 몸은 모두
달고 깊은 눈물왕국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 걸
나는 눈물왕국을 사랑하는 사람
입맛 없을 때마다 그 왕국에 간다
사람 몸 저 깊은 곳
생명의 강이 되는 눈물,
그리하여 사람 몸도 눈물왕국 되게 하는 눈물,
그렇기 때문인가? 사람들은
둥근 것만 보면
깎거나 쪼개고 싶어한다
지구도 그 가운데 하나다
숲을 깎고 땅을 쪼개 날마다 눈물을 뽑아 먹는다
번성하는 문명의 단맛에 취해
드디어는
북극의 눈물까지 먹는다
— 《현대시》 2009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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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봉 / 1962년 경남 함안 출생. 1998년 《현대시》 신인추천작품상 등단. 시집 『흑조』『우포늪 왁새』『악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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