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김정희
숲속에 서서,
키득거리는 산새들에게 물어보았지.
그들이 날아온 태양 저 편의 초록나라 이야기.
여린 날개를 씻는 호수의 맑은 물과,
호숫가 나무 뒤에서 훔쳐보는 작은 사슴들.
은빛 물방울을 튀기며 솟구쳐 오르는 날쌘 물고기.
나풀거리는 꽃잎을 따라 초록의 바람이 사는 그 작은 나라.
햇살을 날개 속에 감추고, 재재거리며 지친 나의 어깨에 앉아,
굳게 닫힌 심장을 콕콕 두드려도 나는 열지 못하고.
너는 떠나고,
초록색 작은 날개를 파닥이며 멀리 떠나고,
태양은 사라지고, 꽃들은 지고,
그 어두운 숲에 서서 나는 새들을 찾지 못하고.
울고,
울어,
검은 눈물이 흐르면.
초록나라의 새들을 기다리는 숲에서,
나는 보았지.
부서진 햇살 사이로 날아오르는 황금빛 날개.
그것을 향해 팔을 뻗어 나는 팔을 잃어버리고, 발을 디밀어 발이 까맣게 타 버리고,
다 타 버린 몸은 녹색 숲에 쓰러져,
초록의 새들이 나를 위해
울고,
울어.
내 몸을 초록 눈물로 씻기고,
이제 나는 작은 새들이 쉬어가는 초록색 숲이 되었지.
그들이 내 겨드랑이를 간지럽히면, 덩달아 키득거리는 숲이 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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