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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눈물/배한봉

by 키미~ 2010. 4. 26.

지구의 눈물

 

   배한봉

 

 

둥근 것들은

눈물이 많다, 눈물왕국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칼로 수박을 쪼개다 수박의 눈물을 만난다

어제는 혀에 닿는 과육 맛에만 취해

수밀도를 먹으면서 몰랐지

사과 배 포도알까지 둥근 몸은 모두

달고 깊은 눈물왕국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 걸

 

나는 눈물왕국을 사랑하는 사람

입맛 없을 때마다 그 왕국에 간다

 

사람 몸 저 깊은 곳

생명의 강이 되는 눈물,

그리하여 사람 몸도 눈물왕국 되게 하는 눈물,

 

그렇기 때문인가? 사람들은

둥근 것만 보면

깎거나 쪼개고 싶어한다

 

지구도 그 가운데 하나다

숲을 깎고 땅을 쪼개 날마다 눈물을 뽑아 먹는다

번성하는 문명의 단맛에 취해

드디어는

북극의 눈물까지 먹는다

 

 

                                                — 《현대시》 2009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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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봉 / 1962년 경남 함안 출생. 1998년 《현대시》 신인추천작품상 등단. 시집 『흑조』『우포늪 왁새』『악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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