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성황림
김 정 희
목단 붉은 꽃잎 열며 어스름 새벽하늘 한 켠 젖히고
해가 뜨는 치악산
해는 상원사 범종을 울리고 남대봉 소나무에 걸터앉았네.
송화 가루 날리는 산길을 따라 쪽 동백 수줍게 핀 숲을 봐
어수룩한 마음 상원사 대웅전에 남겨두고
몸은 성황림 고개 넘어오는데
신들이 산다는 성황림 높은 철망 녹슨 마음으로 들여다보니
신은 안 보이고 까투리 한 마리 새끼들 앞세워 나들이 하는구나.
여름 햇빛 거나하게 취한 그 숲길엔 바람을 모우는 신들의 웃음소리
세상에 갇힌 내 등 뒤에서
그림자도 비우라 소리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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