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봄날
김정희
버스정류장에 아는 여인 하나
햇살에 눈을 찌푸리고 번호판을 유심히 바라본다
어디로 갈 것인지 그니는 알고 있나
자동차는 어쨌는지 해쓱한 얼굴에 바람이 묻어있다
시큰해진 기억에 눈을 돌리면
평생 차라고는 가져본 일 없는 노인네들
농사일, 자식일 이빨 빠진 입으로 궁시렁대며 사탕을 빨고 있다.
달콤한 날들이 언제였던가?
아껴 먹어도 지문 없는 손가락처럼 결국은 다 닳아
처음 먹던 사탕 맛까지 잊어버리고,
쓸쓸한 여인이 버스 올 때마다 번호를 맞춰보는
추억이 먼저 내린 버스정류장
떠나는 버스 궁뎅이 밀치고, 남이 찍은 사진 속 낯선 나처럼
사탕을 나누며 안아주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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