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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 우대식

by 키미~ 2011. 12. 25.

의심

 

  우대식

 

 

 

   사람은 참말로 알 수 없는 것이어서 신께서 내게 옷 한 벌 지어주셨다. 의심이라는 환한 옷,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잠을 잘 때도 벗지 않는다. 견고한 이 한 벌의 옷을 입고 사람을 만나고 술을 마신다. 나는 너를 의심한다. 잠들지 못하는 밤을 위해 의심이 내 등을 다독인다. 내가 너를 지키마. 편히 쉬어라. 어떤 평안이 광배처럼 나를 둘러싸고 있다. 당신은 나의 아버지이고 전지전능하사 나를 보호하시며 한없이 사랑하시는도다. 꿈속에서 나의 찬양은 오래도록 울려 퍼졌다. 배화교도처럼 의심의 불을 조용히 밝히고 내 아버지마저 그 제단에 바치기로 결심한 어느 새벽, 당신도 내 의심의 눈길을 피할 수 없다고 고백했을 때 천둥과 벼락으로 인해 의심의 옷이 더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시안》2011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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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대식 / 1965년 원주 출생.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늙은 의자에 앉아 바다를 보다』『단검』, 산문집『죽은 시인들의 사회』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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