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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2011수상작,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by 키미~ 2011. 11. 3.

서곡

 

깨어남은 꿈으로부터의 낙하산 강하..

숨막히는 소용돌이에서 자유를 얻은 여행자는

아침의 녹색 지도 쪽으로 하강한다.

사물들이 확 불붙는다. 퍼덕이는 종달새의 시점에서

여행자는 나무들의 거대한 뿌리 체계를,

지하의 샹들리에 가지들을 본다.

그러나 땅 위엔 녹음,

열대성 홍수를 이룬 초목들이 팔을 치켜들고

보이지 않는 펌프의 박자에 귀 기울인다.

여행자는 여름 쪽으로 하강하고,

여름의 눈부신 분화구 속으로 낙하하고,

태양의 터빈 아래 떨고 있는

습기 찬 녹색 시대들의 수갱竪坑 속으로 낙하한다.

시간의 눈 깜빡임을 관통하는

수직 낙하 여행이 이제 멈추고,

날개가 펼쳐져

밀려드는 파도 위 물수리의 미끄러짐이 된다.

청동기시대 트럼펫의

무법의 선율이

바닥 없는 심연 위에 부동으로 걸려 있다.

 

햇볕에 따뜻해진 돌을 손이 움켜잡듯,

하루의 처음 몇 시간 동안 의식은 세게를 움켜잡을 수 있다.

여행자가 나무 아래 서 있다.

죽음의 소용돌이를 통과하는 돌진 후,

빛의 거대한 낙하산이 여행자의 머리 위로 펼쳐질 것인가?

 

 

 

기억이 나를 본다

 

유월의 어느 아침, 일어나기엔 너무 이르고

다시 잠들기엔 너무 늦은 때.

 

밖에 나가야겠다. 녹음이

기억으로 무성하다, 눈 뜨고 나를 따라오는 기억.

 

보이지 않고, 완전히 배경 속으로

녹아드는, 완벽한 카멜레온.

 

새 소리가 귀먹게 할 지경이지만,

너무나 가까이 있는 기억의 숨소리가 들린다.

 

 

이경수, 역. <기억이 나를 본다>, 들녘, 2004.

 

매년 빠짐없이 <노벨문학상> 수상후보로 이름을 올리던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80의 나이로 108번째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투명하면서도 응축되어 있는 이미지를 통해 독자들이 현실에 신선하게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기 때문에"

라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그는 북유럽 현대문학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칸디나비아 시인 중 한 사람으로 그의 시집은 ㅇ미 60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될 정도로 스웨덴 내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커다란 명성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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