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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물고기들의 산책/강인한

by 키미~ 2011. 12. 28.

 

고독한 물고기들의 산책

 

                                   강인한

 

 

아침저녁 강변을 걷는다는 건

물고기로 사는 일

물고기가 되어 저 푸른 상공을 헤엄치는 일.

 

가만가만 지느러밀 휘젓거나

불끈 쥔 주먹을 니은자로 코앞에 들어올리며

계절을 느끼는 일

등 뒤의 두런거리는 소리는 티끌처럼 날린다.

 

하루에도 몇 번씩

너를 생각한다.

아파서 오전 내내 누워 있다는 네 곁에

나도 모로 누워서 이마라도 짚어주고 싶은 생각

생각의 초록 이파리, 바람에 슬쩍 끼워 보낸다.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에서

앞뒤로 마주보며 껴안고 있는 아이들 몸통에

보이지 않는 바늘이 꽂혀 고슴도치가 되어가는 것을

확인하는 사람들처럼

 

하낫둘 하낫둘

기분 좋은 흙길을 산책하며 문득 듣는

어디 가니, 이리 와 엄마한테 와

애타게 새끼를 부르는 개엄마의 목소리,

앞에서 뒤에서 귀가 가려운 이들

날개 달린 물고기들이 그 머리 위를 날아간다.

 

언제였을까, 북서풍에서 동남풍으로 전향한

대기의 숨결이 뺨을 간질인다.

하낫둘 하낫둘 내 옆구리에 붙어

동행하고 있는 오늘의 강물은 어제의 강물이 아니다.

 

 

 —《문학청춘》2011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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