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
김정희
밤의 구석을 후벼 끄트머리 들춰보면
작은 틈새로 새 한 마리 비비적대며 들어와
남루한 12월의 이마에 생채기를 남긴다
어둠은 푸른 기차와 함께 떠나려나
간이역 의자에 앉은 바람에게 묻노니
오늘 너의 겨드랑이에 작은 깃털 하나 피어나고
묵은 날개 뿌리 채 뽑혀 말라버린 핏자국에 눈물이 일렁인다
보라,
솟아오르는 태양이여
펄럭이는 날개 속 살아남은 희망들아
들판 귀퉁이에 가난한 생채기 하나 심으리니
생채기는 자라나 들판을 채우리니
눈물이 들판을 적시어 강을 이룰 때까지
너의 고독한 그림자를 밟으며 새벽이 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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