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unflower
  • sunflower

고로쇠 나무, 마경덕

by 키미~ 2012. 3. 15.

 

 

고로쇠나무

 

마경덕

 

백운산에서 만난 고목 한 그루, 밑둥에 큼직한 물통 하나 차고 있었다. 물통을 반쯤 채우다 말고 물관 깊숙이 박힌 풀라스틱 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누군가 둥치에 구멍을 뚫고 수액을 받던 자리, 시름시름 잎이 지고 발치의 어린 순들, 마른 잎을 끌어다 푸른 발등을 덮고 있었다.

 

주렁주렁 링거를 달고 변기에 앉은 어머니, 기저귀를 갈아주는 자식놈에게 부끄러워 얼른 무릎을 붙이는 어머니, 옆구리에 두 개의 플라스틱 주머니와 큼직한 비닐 오줌보를 매단 어머니, 호스를 통해 세 개의 주머니에 채워지는 어머니의 붉은 육즙. 오십 년 간 수액을 건네준 저 고로쇠나무.

 

 

오늘 이 시를 읽다보니 참말 엄마 생각이 많이 난다.

엄마는 어디에 가셨을까?

나에게 의지하며 기대는 동생들을 보듬어주다

내가 기댈 곳은 엄마였는데 엄마는 없다.

시큰한 내 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석류, 상희구  (0) 2012.05.11
오늘은 장날  (0) 2012.03.24
아내, 공광규  (0) 2012.03.07
해안선, 황학주  (0) 2012.03.07
봄, 이성부  (0) 2012.03.0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