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선 (외 1편)
황학주
낮달의 입술이
바다의 쇄골에 살짝
붙었다 떨어진 듯이
뱃고동 위에 떠
있다
깊숙이 손목을
집어넣고 줄을 튕기는
산호해변을 덮은 여름 기타 하나가
울어대다
노래하다
쇄골 밑이 점점점 어두워져 오다
가만 보니 해안선은 이럴 때 자라는 듯
어두워지는 것들이 보내오는 기척을 가슴에 받아
개펄 진창을 입혀 내보내다
누군가의 입술이 닿았다 떨어질 때마다
그 자리에 생기는 해안
그런 마음엔 백사장 밑으로 불덩이가 묻혀 있다 운다
저렇게 널따란 끝을
잘못 디딘 사내가
해안선을
보다
매일매일 달을 먹으며 처음으로 보다
내 잠은 당신 잠의 다음이다
하루에 두 번의 잠을 잔다
오늘은 그 중 당신의 잠 속에서 자는 잠이 일찍 왔다
눈 오는 날이라서
아무리 봐도 배꼽에서 나간 것인
당신의 하늘 반지에
손가락을 끼워보거나
검게 익은 정금 열매 굴러간 앙가슴의 길로
첫 키스를 찾아 뛰어들 수도 있다
하얀 눈 지붕 밑에 눈 뜨는 것으로도 감는 것으로도
우리 사랑할 수 있다
지친 새들이 눈밭에 쓰러진 것 같은 눈빛으로 웃는다는 게
바로 그런 것처럼
그렇다하여도
당신 잠은 내 잠보다 먼저이다
얘기를 들어주듯 아픈 당신을 재워야 하기 때문이다
내리는 눈 속에
당신을 지키듯 혼자 집 지키는 사람
잠 속에서 마른 장작 모닥불이 지펴졌다
—시집 『某月某日의 별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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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주 / 1954년 전남 광주 출생. 1987년 시집『사람』으로 등단. 그 밖의 시집『내가 드디어 하나님보다』『갈 수 없는 쓸쓸함』『늦게 가는 것으로 길을 삼는다』『너무나 얇은 생의 담요』『루시』『저녁의 연인들』『노랑꼬리 연』『某月某日의 별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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