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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선, 황학주

by 키미~ 2012. 3. 7.

해안선 (외 1편)

 

  황학주

 

 

 

낮달의 입술이

바다의 쇄골에 살짝

붙었다 떨어진 듯이

뱃고동 위에 떠

있다

 

깊숙이 손목을

집어넣고 줄을 튕기는

산호해변을 덮은 여름 기타 하나가

울어대다

노래하다

쇄골 밑이 점점점 어두워져 오다

 

가만 보니 해안선은 이럴 때 자라는 듯

어두워지는 것들이 보내오는 기척을 가슴에 받아

개펄 진창을 입혀 내보내다

 

누군가의 입술이 닿았다 떨어질 때마다

그 자리에 생기는 해안

그런 마음엔 백사장 밑으로 불덩이가 묻혀 있다 운다

 

저렇게 널따란 끝을

잘못 디딘 사내가

해안선을

보다

매일매일 달을 먹으며 처음으로 보다

 

 

 

내 잠은 당신 잠의 다음이다

 

 

 

하루에 두 번의 잠을 잔다

오늘은 그 중 당신의 잠 속에서 자는 잠이 일찍 왔다

눈 오는 날이라서

 

아무리 봐도 배꼽에서 나간 것인

당신의 하늘 반지에

손가락을 끼워보거나

검게 익은 정금 열매 굴러간 앙가슴의 길로

첫 키스를 찾아 뛰어들 수도 있다

하얀 눈 지붕 밑에 눈 뜨는 것으로도 감는 것으로도

우리 사랑할 수 있다

지친 새들이 눈밭에 쓰러진 것 같은 눈빛으로 웃는다는 게

바로 그런 것처럼

 

그렇다하여도

당신 잠은 내 잠보다 먼저이다

얘기를 들어주듯 아픈 당신을 재워야 하기 때문이다

 

내리는 눈 속에

당신을 지키듯 혼자 집 지키는 사람

잠 속에서 마른 장작 모닥불이 지펴졌다

 

 

 

                             —시집 『某月某日의 별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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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주 / 1954년 전남 광주 출생. 1987년 시집『사람』으로 등단. 그 밖의 시집『내가 드디어 하나님보다』『갈 수 없는 쓸쓸함』『늦게 가는 것으로 길을 삼는다』『너무나 얇은 생의 담요』『루시』『저녁의 연인들』『노랑꼬리 연』『某月某日의 별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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