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개
김정희 안개가 소문처럼 번지고 있다. 개울 건너 윤 씨네 막내딸, 처녀가 애 가졌다고, 처음엔 등 두드리고 손가락 따더니, 나중엔 그것이 입덧 아니던가? 기던가? 장날에 노인네들 차 태워 주었더니 홀까닥 남의 집 뒤집어 놓네. 안개를 조심해, 안개 낀 들판을 조심해. 소문이 안개 속에 똬리를 틀고, 들을 온통 헤집어 놓았네. 봄 오는 들판을 덮어 버렸네. 청 보리 살아서 꿈틀대는 들판을 안개가 시치미 떼고 삼켜버렸네.
치악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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