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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들다

by 키미~ 2012. 11. 9.

물들다


                                            김정희



안개가 자욱한 새벽,

얼어붙은 배추가 지상의 색깔을 빨아먹고 있다

나는 문득 배추를 뽑으려다 무채색으로 널브러진 가을을 본다

밭둑의 고얌나무 뒤에 숨어 회색으로 쏘아보던 겨울은

배추의 초록색으로 스며들고

미끄러지지 말라고 빨강 장갑 낀 나의 손에도 초록색이 물든다

지상에 떨어진 모든 잎사귀들은 안개 색으로,

디디고 선 나의 발바닥도

서서히 

가라앉고,

배추밭 언저리 서성이던 겨울이 서투르게 손짓하면,

언제이든가

노엽던 여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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