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장날
김정희
물 먹은 삼월 눈쯤이야, 젊은 놈 비웃으며 눈삽 찔러넣다 허리 나갔다고 한번 간 허리 이리저리 돌려보아도 오줌 눌 때마다 오금이 저린다고, 침 맞으러 간다면서 펄펄 날아가네.
한번 가면 안 오는 게 허리뿐이랴, 젊어서 품은 계집 버릴 줄 몰라 한 세월 다 보내고 허리까지 주고 왔네. 쌍가마 뒤통수 눈 흘기며, 욕바가지 퍼붓는 철 늦은 눈 내리는 오늘은 장날.
마을버스 뒷자리에 걸터앉아 눈가 주름 감추고 약장수 구경이나 갈거나, 둥둥거리는 북소리에 맞춰 춤이나 덩실 출거나, 눈 내리는 장터 선술집에서 늙은 주모 푸념에 주머니 털어내는 눈송이 벚꽃처럼 휘날리는 설익은 봄, 오늘은 장날.
오래전, 치악산 자락으로 이사오던 해, 삼월에 폭설이 내려 쓴 시입니다. 시가 재미있다는 분들이 계셔서 한번 올립니다.
치악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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