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봄날 김정희 마을버스 뒷자리 기대고 앉아 창밖을 내다보니 치악재 정류장에 아는 여인 하나 햇살에 눈 찌푸리고 번호판을 유심히 바라본다 버스는 떠나는데 누구를 기다리나 시큰해진 기억에 눈을 돌리면 평생 차라고는 가져본 일 없는 노인네들 농사일, 자식일 이빨 빠진 입으로 궁시렁대며 사탕을 빨고 있다. 달콤한 날들이 언제였던가? 아껴 먹어도 지문 없는 손가락처럼 결국은 다 닳아 처음 먹던 사탕 맛까지 잊어버리고,
쓸쓸한 여인이 버스 올 때마다 번호를 맞춰보는 추억이 먼저 내린 버스정류장 떠나는 버스 궁뎅이 밀치고, 남이 찍은 사진 속 낯선 나처럼 사탕을 나누며 안아주고 싶어라.
하루에 다섯 번 오는 우리 마을의 버스는 한 번 놓치면 4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버스를 타면 온 마을 소식을 다 알게 되고, 노인이 되면 병원이 가까워야지 하는 푸념도 듣고, 어서 따스한 봄날이 와서 산과 들에 진달래, 개나리, 조팝, 냉이, 쑥이 지천으로 올라와서 지난 겨울 무척 추웠노라 이야기하고 싶네요.
치악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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