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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장날

by 키미~ 2013. 1. 21.

 

 

오늘은 장날

 

 

                                      김정희

 

 

물 먹은 삼월 눈쯤이야, 젊은 놈 비웃으며

눈삽 찔러넣다 허리 나갔다고

한번 간 허리 이리저리 돌려보아도

오줌 눌 때마다 오금이 저린다고,

침 맞으러 간다면서 펄펄 날아가네.

 

한번 가면 안 오는 게 허리뿐이랴,

젊어서 품은 계집 버릴 줄 몰라

한 세월 다 보내고 허리까지 주고 왔네.

쌍가마 뒤통수 눈 흘기며, 욕바가지 퍼붓는

철 늦은 눈 내리는 오늘은 장날.

 

마을버스 뒷자리에 걸터앉아

눈가 주름 감추고 약장수 구경이나 갈거나,

둥둥거리는 북소리에 맞춰 춤이나 덩실 출거나,

눈 내리는 장터 선술집에서

늙은 주모 푸념에 주머니 털어내는

눈송이 벚꽃처럼 휘날리는

설익은 봄,

오늘은

장날.

 

 

오래전, 치악산 자락으로 이사오던 해,

삼월에 폭설이 내려 쓴 시입니다.

시가 재미있다는 분들이 계셔서

한번 올립니다.

 

치악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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