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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된 꽃구경

by 키미~ 2013. 3. 19.

 

 

 

 

 

 

오래 된 꽃구경


                 김정희



해마다 사월이 오면

철없는 벚꽃이 피기도 전에

들판에 검정 고랑 만들던 노인네들

새벽부터 마을회관 앞마당에 모여 꽃놀이 간다고 성화댑니다

관광버스 꺼진 의자에 오래된 허리 얼버무리며

입술엔 사흘 동안 지워지지 않는다는 그 유명한 양키시장 빨강 립스틱.


운전기사 옆자리 덜 늙은 안내원

할머니 할머니 빨리 타라 채근하면

지나 내나 비슷한 또래구만은, 빨강 입술 비죽거리고

분화장 뽀얗게 새초롬이 눈 흘기는

시절은 수상한 봄이요,

꽃바람 콧구멍에 온종일 불어대는 사월이 오면


인생의 꽃 진지 오래 된 노인네들이

행여나 올해가 끝일까 하여

오래토록 단장하고 꽃구경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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