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를 심다
김정희
부활절 아침에 감자를 심다.
쪼글쪼글한 몰골에 눈(目)은 여러 개,
세상에 나고 싶었던 눈구멍들은
한 줌 흙에 파묻히고,
어둠에 숨어 있는 것들도 부활을 꿈꾸나?
호미에 거치적거리는
고랑에 던져진 작은 눈들,
그들이 꿈꾸는 아침은 감자밭 둑에 쌓인다.
골고다 언덕 위로
티끌을 등에 진 수많은 눈(目)들이 절룩거리며 올라가고,
등짐을 부려놓은 질펀한 한 뼘 흙을 후벼대며
제 눈을 도려내는 줄도 모르는 감자를 심다.
나를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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