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김정희
밤 아홉 시에 대추나무에 앉아
뻐어꾹 우는 뻐꾸기 소리 듣고,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란 영화 때문에
애먼 뻐꾸기 마음대로 울지도 못한다고
혼자 웃었다.
뻐꾸기 한 번 울면
나는 한 번 웃고,
뻐꾸기 쉬었다 울면, 나도 쉬었다 웃고
댕그르르 달이 대추나무에 걸리자
나도 뻐꾸기도
까무룩 잠이 들었는데,
아침이 되니
온 세상의 꽃들이 한꺼번에 눈을 떴다.
나는 입을 딱 벌리고는,
뻐꾸기 울음소리 듣고 일제히 깨어난
눈 부릅 뜬 꽃들이 미치도록 무서워서
다시는 뻐꾸기가 밤에 울어도 웃지 말아야겠다고
대추나무 쳐다보며 내도록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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