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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에 걸려온 전화, 정일근

by 키미~ 2013. 3. 26.

 

 

 

 

 

 

 

사월에 걸려온 전화

 

                                              정일근

 


사춘기 시절 등교길에서 만나 서로 얼굴 붉히던 고 계집애
예년에 비해 일찍 벚꽃이 피었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일찍 핀 벚꽃처럼 저도 일찍 혼자가 되어
우리가 좋아했던 나이쯤 되는 아들아이와 살고 있는,
아내 앞에서도 내 팔짱을 끼며, 우리는 친구지
사랑은 없고 우정만 남은 친구지, 깔깔 웃던 여자 친구가
꽃이 좋으니 한 번 다녀가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한때의 화끈거리던 낯붉힘도 말갛게 지워지고
첫사랑의 두근거리던 시간도 사라지고
그녀나 나나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 생각했는데
우리 생에 사월 꽃잔치 몇 번이나 남았을까 헤아려보다
자꾸만 눈물이 났습니다.


그 눈물 감추려고 괜히 바쁘다며
꽃은 질 때가 아름다우니 그때 가겠다. 말했지만
친구는 너 울지, 너 울지 하면서 놀리다 저도 울고 말았습니다.

 

 


-시집 『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 시와시학 . 2001)

 

 

우리도 한때는 누구의 두근거리던 첫사랑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해마다 봄이 오면

아련한 어린시절에 낯을 붉히고,

눈물이 질금거릴 때도 있습니다.

이 봄,

다 가기 전에

아름다운 시 한 편 가슴에 넣어 두시기 바랍니다.

 

 

치악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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