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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시화전

by 키미~ 2013. 8. 11.

물들다


                                                       김정희



안개가 자욱한 새벽,


얼어붙은 배추가 지상의 색깔을 빨아먹고 있다


나는 문득 배추를 뽑으려다 무채색으로 널브러진 가을을 본다


밭둑의 고얌나무 뒤에 숨어 회색으로 쏘아보던 새벽은


배추의 초록색으로 스며들고


한 면만 빨간 목장갑 낀 나의 손도 녹색에 젖는다


지상에 떨어진 모든 잎사귀들은 안개 색으로,


디디고 선 나의 발바닥도


서서히 


가라앉고,


배추밭 언저리 서성이던 겨울이 서투르게 손짓하면,


언제이든가


노엽던 여름은.



첨부파일 물들다.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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