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쪼개기
김정희
미립자가 모여서 물체를 형성한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모든 인간들이 물체로 보이기 시작했다 혹은,
쪼개기 시작했다 햇빛이 포도알갱이마다 입자를 밀어 넣으며
몸부림치는 한여름 오후
두 팔을 벌린 채 사그라지는 날들을 움켜쥔 아버지의 코에 식량을 나르는 고무튜브 혹은
묶인 두 다리의 각질들이 지탱하는 저 입 벌린 시커먼 구멍들
쪼개본다
쪼개본다
더 작게 더 작게 혹은
뭉쳐본다
입자를 뭉쳐서 물체를 만들어본다
그걸 알기 전부터 살아 온 많은 물체들이
여름에 먼 길 떠나고 있다
햇빛을 잘게 쪼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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