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복 (中 伏)
김 정희
염천 밭을 갈던 태양이
삼태기로 뭉게구름 여기저기 발겨 놓은 채,
물 한 동이 획 쏟으면,
느티나무 그늘 밑에 낮잠 자던 홀아비 동춘이
후드둑 소리에
한걸음에 냅다 달려 홑이불 걷어 낸다.
개장사 한차례 휭 돌고 간 뒤,
강아지 복길이 자는 척하고
흑염소 수풀 속에 몸을 숨기는
개울 물 펄펄 끓어
바람 켜켜이 쪄 내는 날.
동네 한 복판 조용히 서 있다가
입추 위해 슬그머니 더위 꼬리 잘라주는
삼형제 중 기중 점잖은
말복의 작은 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