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김정희
그들이 동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동안만
해는 동쪽에서 뜬다
노란 꽃잎이 하나 둘씩 오그라들고 말라가는 서쪽의 들
서쪽의 들에 선 해바라기들은 늘 외롭다
그리움이 많아질수록 그들의 고개는 더 이상 햇빛을 따라가지 않는다.
해가 뜨는 동쪽 그들의 나라엔
돌아가지 못하는 서쪽 나라의 그리움이 있다
그들은 동쪽으로 마음을 향하고
그들의 그리움은 서쪽으로 내리고
나는 그들의 눈물을 바구니에 담는다
서러운 가을 아침
아직 못 깨어나는 이들은 슬픔도 함께 잠자리에 누워
그들이 잠의 나라에 잠겨 있는 동안
동쪽의 해는 그리움의 바람을 타고 서쪽으로 가고
단지 해바라기, 그들만 깨어 있다
나도 깨어 있다
그리움을 벌써 오래 전에 내팽개친
서쪽만 가슴에 묻은 나도
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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