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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쪼개기

by 키미~ 2016. 7. 8.

 

햇빛 쪼개기

 

                             김정희

 

 

미립자가 모여서 물체를 형성한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모든 인간들이 물체로 보이기 시작했다 혹은,

쪼개기 시작했다 햇빛이 포도알갱이마다 입자를 밀어 넣으며

몸부림치는 한여름 오후

두 팔을 벌린 채 사그라지는 날들을 움켜쥔 아버지의 코에 식량을 나르는 고무튜브 혹은

묶인 두 다리의 각질들이 지탱하는 저 입 벌린 시커먼 구멍들

쪼개본다

쪼개본다

더 작게 더 작게 혹은

뭉쳐본다

입자를 뭉쳐서 물체를 만들어본다

그걸 알기 전부터 살아 온 많은 물체들이

여름에 먼 길 떠나고 있다

햇빛을 잘게 쪼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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